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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일기를 써야하는 이유와 작성 방법

Thoughts & Reflections

by 라미 | Rami 2025. 1. 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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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패를 쉽게 잊고 싶어 합니다. 아마 모두가 그러할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두고, 다시는 떠올리지 않으려 하죠. 하지만 실패를 잊는다는 것은 그 실패에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잃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실패를 떠올리는 일이 두렵지 않을 만큼 담담해지기 위해, 그리고 그 순간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 고통스럽지만 억지로 꺼내어 놓곤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기록을 위한 '실패 일기'입니다.


1. 실패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어렸을 때 제가 매일 쓰는 일기에는 행복했던 일, 자랑스러웠던 순간들을 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시켜서 억지로 쓰는 일기에 슬프고, 어두운 일은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일기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체 날짜 채우기에 급급했고,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부끄러움에 행복한 일만 꺼내놓으려고 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느낀 것은 실패도 기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패 역시 삶의 일부이고, 때로는 성공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기록할 때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 '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
  •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 과정을 통해 실패에서 자유로워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으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기로 한 것입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억지로 잊혀졌을 일들을 기록함으로써 배움과 교훈들을 얻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2. 실패를 기록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1) 감정을 치유한다.

혹자는 실패를 기록하는 것은 억눌렸던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실패를 상기할 수록 자기비판과 같은 불편한 감정과 마주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런 불편한 감정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실패가 주는 슬픔, 분노, 좌절감을 글로 풀어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실패를 기록할 때마다 떠오르는 불편한 감정들... 자책과 자기 비판은 오히려 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거든요. "내가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반복되며 실패의 순간을 더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습니다. 

 

감정을 치유한다는 것보다는 저는 감정을 마주한다는 말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패를 기록하며 배운 것은, 실패가 주는 불편함과 아픔을 완전히 해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면, 실패는 마치 응어리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기록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도구로 작동했습니다. 

 

그러기에 실패를 기록할 때 반드시 감정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기록을 통해 감정과 더 가까워졌고,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감정은 여전히 저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괴로움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소제목에는 치유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치유는 느리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변화는 있다고 믿습니다. 기록은 그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실패의 순간만 떠올랐다면, 이제는 그 실패 뒤에 내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떠올리게 됩니다. 감정이 치유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더 이상 나를 억누르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도구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실패를 기록하며 반드시 슬픔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록은 치유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실패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낼 수 있습니다. 

 

2) 실수를 분석한다.

실패를 기록하면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이 늘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기록 속에는 우리의 감정이 깊이 묻어납니다. 사람이 100% 냉정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록에도 우리의 불완전함과 편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죠. 

실수를 기록하며 종종 경험한 것은 내가 스스로의 과오를 부정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로는 실패의 책임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를 지나치게 내 탓으로 돌리며 과도한 비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기록은 실수를 분석하는 도구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요.

 

기록을 통해 실수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감정과 분석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감정을 무시하려 하면 기록은 메마르고 기계적으로 변하며, 반대로 감정에 휩쓸리면 분석이 흐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실수를 분석할 때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습니다. 

  • 객관적 사실 기록하기
    • 실패를 한 상황과 원인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적되, 감정적인 언어를 배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감정만 따로 적기
    • 상황과 원인을 적은 후,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별도의 섹션에 기록했습니다.
  • 감정과 사실 분리하기
    • 기록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이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는지 점검했습니다.

기록은 완벽하지 않으며, 분석도 종종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록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믿습니다. 감정이 묻어나는 기록은 나의 약점과 한계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왜곡된 분석조차 내가 어떤 방식으로 실패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교훈이 됩니다. 

 

성장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록의 시작이 중요하니까요. 실수를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패에 대한 기록은 냉철한 분석만이 아니라, 내가 실패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신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실수와 더 잘 화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실패 일기 쓰는 방법

실패 일기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좌절의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실패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나아갈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 상황을 기록하기

  • 실패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간단 명료하게 기록하세요.
  • 가급적이면 감정적인 단어 사용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서술하세요.
  •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기록하고, 불필요한 디테일은 생략하세요.

 

2) 감정을 표현하기

  •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적으세요. 이는 감정을 억누르고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대로 표현하세요.
  • 기록을 통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3) 배울 점 도출하기

  • 실패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 그 경험에서 얻은 배울 점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적어보세요. 
  •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세요.
  •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히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4) 스스로 격려하기

  •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적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패 후에는 스스로에게 가장 큰 응원이 필요합니다.
  • 자신을 질책하는 대신, 스스로를 믿고 격려하는 긍정적인 문장을 작성하세요.
  •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의 시작임을 상기하세요.

4. 실패 기록에서 얻은 나만의 변화

실패 일기를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실패에 대한 제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지금도 실패를 마주하는 일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는 여전히 두렵고, 때로는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기록을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실패를 기록하기 전에는, 실패는 그저 나를 괴롭히고 무너뜨리는 경험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내가 성정 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실패 일기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실패를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실패를 완전히 이겨내지 못한 채, 그냥 그 경험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부정하거나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성장이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실패를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로 바꾸었습니다. 

 

무조건 이겨낼 필요는 없다.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실패는 때로는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실패 일기는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만으로도 충분하다." 눈앞에 실패라는 산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정복하지 않고 우회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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